타코피의 원죄
머리말
00: 애니메이션
재밌게 봤다. 음, 아니 재밌게 봤다고 하면 뭔가 즐겁고 웃기고 그런 느낌인데. 이런 애니메이션은 그런 느낌이 아닌데. 뭐가 좋을까. 인상 깊게 봤다? 마음이 감정이 짙어졌다? 음, 그런 느낌이지. 그런 느낌이 든다.
잔혹 동화. 물론 잔혹 동화라는 걸 본 적은 없지만, 내가 어디서 들어본 이 단어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이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 것 같다.
시즈카 마리나 아즈마
나도 최근에 아빠랑 싸웠는데 (내가 화낸거라고 하는 게 맞을까), 대화가 부족했던 것 같다.
음, 뭔가 있어보이는 감상평을 쓰고 싶은데. 잘 생각나지가 않네. 타코피 말고는 주인공들 이름 기억도 못하고. 댓글 안보고 순수한 내 감상평을 쓰고 싶은데. 이래서는 그냥 메모잖아.
생각하는 연습이다.
대화가 해피를 낳아피
뭔가 보면 안될걸 보게 되거나, 순간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올 때 내 상반신의 외곽선이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곤 한다. 감정을 참기 힘들어지는 순간.
그러니까. 이 애니메이션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 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세상에 마법은 없지만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다른 이가 있다. 힘내라. 그런 응원의 말. 인 것이겠지.
또, 사람이 이분법적으로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는 것.
애초에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건 아니니까. 사람마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이 있고, 거기서 공감이나 갈등이 생기고, 그걸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게 되는 거니까. 입체적이라는 말이 맞다. 저 사람은 착한 사람이니까, 저 사람은 내 편이니까,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니까, 너 사람은 적이니까… 이렇게 시선을 고정하는 것은 안되겠다. 잘못된 기대로 불필요한 실망을 할 필요도 없고, 과대해석을 하거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감정을 소모할 필요도 없다.
이건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그냥 생각이 다른 것이다.
대화가 필요하다.
특히, 서로 경험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떄, 대화를 하지 않으면 갈등과 오해가 깊어져만 간다. 가능하면 대화를 많이 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각자의 생각을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한다. 내 경험 상, 물론 그런 대화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시공간적 한계가 있을 수도 있고, 서로의 이해 관계가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맥락이라는 것이 있다. 또 대화를 한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미 지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 서로에게 남은 상처나 상한 감정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Nevertheless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좀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를 하자.
그치.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상대방을 잘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경험과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을 만들어가는 것이 먼저다.
타코피가 (지구 사회 통념을 잘 몰라서) 자기 생각대로 상황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것. 엄청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타코피의 행동이 상황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거나나,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후 타코피가 느끼는 당황과 무력감. 물론 타코피 자기 입장에서 도와”주려”고 한 행동이니까. 그게 엄청 잘못 됐다는 건 아니지만, 상대방을 잘 이해하는 것이 먼저겠다.
그저 이야기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기.
부모, 어른이 아이를 사랑해줘야겠다. 사랑의 방식은 아이마다 다르겠지.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
타코피가 비록 서툴고 했지만, 결국 아이들에게 자신이 소중히 생각됐던 한 번의 기억을 남겨줘서, 그것이 힘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는 해석도 좋다.
그렇긴 하지. 어떻게 보면 둘의 갈등이 타코피 낙서로 해소가 된거라, 전개, 특히 끝 부분의 전개가 엄청 급진적으로 되긴 했다. 나는 전체적인 감정이 좋았어서, 크게 신경쓰지 못했네. 나는 문제되지 않았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