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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4

네이버 블로그 사용 당시 썼던 글을 옮겨온 글 입니다.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


페르소나

초등학교 수련회, 숙소에서 남자 애들끼리 좋아하는 여자애를 말할 때,
나는 내가 좋아하던 여자애를 외모보다 성격 때문에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릴 때 부터 착하게 보이는 방법을 알았고,
실제로 착하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끄럽다.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이 교실 청소 대충하고 놀자고 해도 청소만큼은 언제나 혼자 남아서라도 열심히 했다.

괜히 복도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괜히 도서관 책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괜히 잘 못 어울리는 친구에게 잘 해주고,

혹시나 정말 ‘우연’ 하게도 선생님이 알아봐 주실까봐,
친구들이 나를 착한 아이로 기억해줄까봐 그랬다.

쓰레기다. 쓰레기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일을 할 때면, 언제나 내 탓부터 했다.
정말 내 탓이라면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고,
그게 아니면 겸손한 사람이 되는거니까.
그 무엇이 됐든 나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이게 이제 병이 걸린건지, 혼자 있을 때도 그런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도 착해보이는 일을 한다.
그러고는 나는 착한 사람이다 하고 합리화한다.

스스로를 속인다.
아닌걸 알면서 자꾸 그런다.

이 글도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이 되기위해, 착한 사람이 되기위해
사람들은 모두 연기하고 있다
그렇게 연기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모두가 페르소나를 끼고있다
사회에 솔직한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 아는 사람 가릴 것 없이 연기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연기를 한다
높은 사람 앞에서는 물론이고, 낮은 사람 앞에서도 그럴 때가 있다
이중적으로 사람을 대한다

가끔 잊고 살 때도 있지만
우리 모두가 이미 서로 연기중이라는 걸 알고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너 그거 연기잖아’ 같은 이유로 트집 잡지는 않는다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의 연기를 보고 좋아하고 싫어하듯,
모두 연기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연기를 보고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한다

누가 페르소나를 끼고 연기하고 있는건지, 그 사실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지 누가 연기를 못하면, 쓰고 있는 페르소나에 걸맞는 행동을 하지 못하면 욕먹을 뿐이다

역할마다 기대하는 연기가 있다
나이대마다 기대하는 연기가 있다
직업마다 기대하는 연기가 있다
상황마다 기대하는 연기가 있다

트루먼 없는 트루먼쇼

사랑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선택한 생존 방법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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